경계 없는 플랫폼과 시니어의 일

 

1. 시니어가 일하는 이유

시니어에게 일과 창업은 필수라기보다는 선택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이루지 못한 꿈을 위해 두 번째 직업을 선택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일했습니다. 그러나 예상 수명이 150년으로 예측되고 은퇴가 근대적이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지금, ‘시니어의 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시니어 창업을 사업화한 일본의 ‘긴자 세컨드 라이프(Ginza Second Life)’의 창업자는 시니어 창업에서 중요한 것은 큰 수익이 아니라 “안정적 수익을 되도록 적은 노력으로 얻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지속이 가능한 일자리의 대표적 사례가 ‘비영리법인 NPO(Non-Profit Organization)’ 혹은 ‘사회적 기업’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은퇴 후 NPO 재취업이나 창업을 하나의 대안으로 자연스럽게 고민합니다. NPO 창업은 공익을 지향하면서도 어느 정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는 없습니다. 돈, 경영 경험, 지원받을 수 있는 단체나 조직, 정부 기관과의 인맥 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창업이 힘든 사람은 자신의 비전에 맞는 NPO를 찾아 취업하기도 합니다.

2014년 미국의 사회적 기업가 마크 프리드먼(Marc Freedman)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앙코르(Encore)는 그런 시니어들을 돕는 NPO입니다. 이들은 은퇴자 혹은 50세 이상의 시니어들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합니다. ‘세대가 세대에게(Generation To Generation)’는 50+세대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독서 활동을 도와주는 자원봉사 활동입니다. 말 그대로 세대와 세대를 연결해 청소년의 교육을 돕습니다. 앙코르 펠로우십은 인턴과 비슷합니다. 은퇴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사회단체가 연결되어 6~12개월간 유급으로 업무를 수행합니다. 사회단체들은 유능한 시니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시니어들은 짧은 기간이나마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앙코르 콘퍼런스는 시니어들과 사회단체의 리더들을 연결하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혁신과 학습을 통해 지역이나 기관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공동 행동입니다.
  • 앙코르 네트워크는 서로 다른 분야의 단체들과 리더들을 회원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들의 공동 관심사를 연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활용하도록 합니다.
  • 앙코르 프라이즈는 50+세대의 재능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한 프로그램이나 성과를 심사하여 10만 달러 상금과 지속적인 지원을 해주는 시상식입니다.

앙코르는 다방면으로 은퇴자와 사회를 연결합니다.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의미 있는 연결입니다. 은퇴자가 사회적 기업과 지역사회를 돕고 스스로 보람을 찾으며 소정의 돈을 버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은퇴자가 원하는 것은 더 오래 일하고 더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더 의미 있는 일, 더 중요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2. 시니어의 노하우를 활용하는 법

탤런트뱅크(Talentbank)는 인력 플랫폼 기업 휴넷이 운영하는 전문가 매칭 플랫폼입니다. 2018년 론칭한 서비스로 각 분야에서 15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고급 시니어 인재를 중소기업에 연결해 줍니다. 휴넷의 조영탁 대표는 오래전부터 ‘매년 대기업에서 1천 명이 넘는 임원이 쏟아져 나오는데 왜 이들을 중소기업에서 활용하지 못할까’란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가 찾은 답은 ‘채용=정직원’이라는 고정관념이었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경험 많은 전문가는 절실히 필요하지만 고용할 여력이 없습니다.  탤런트뱅크는 프로젝트별 협업이라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중소기업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프로젝트화하여 의뢰하면 탤런트뱅크는 그에 맞는 전문가를 매칭해줍니다. 의뢰 기업과 전문가가 프로젝트 기간, 근무 형태 등을 협의한 후 함께 문제를 해결합니다.

일례로 한 자동차부품 생산업체는 해외 영업에 도움을 받고 싶어 프로젝트를 의뢰했습니다. 탤런트뱅크는 현대차그룹에서 30년간 근무한 해외 영업 전문가를 매칭했습니다. 전문가는 월 4회, 6개월 동안 근무하는 방식으로 일하며 해외 판로개척 노하우를 전달하고 영업 프로세스를 수립해주었습니다. 이외에도 들어오는 프로젝트 문의는 매우 다양합니다. ‘신규 패션브랜드의 이커머스/온라인 마케팅 전략’,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여행사 신규사업 진출 전략’과 같은 프로젝트 성 업무’나 ‘스타트업과 조인트벤처 설립을 위한 투자 및 협력 방안 자문’ 등 단기 자문뿐 아니라 기업 이 채용을 원할 경우, 적합한 전문가를 매칭해주는 채용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퇴직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서비스 론칭 후 7개월 만에 600여 명의 전문가를 확보했고, 2022년 그 숫자는 4천여 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독일에서는 시니어가 퇴사하는 것을 일컬어 ‘노하우의 상실’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탤런트뱅크처럼 채용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노하우는 상실되지 않고 오히려 더 널리 활용될 수 있습니다.

 

3. 시니어의 삶에 총체적으로 다가가기

미국의 스타트업 겟셋업(GetSetUp)은 시니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온/오프라인으로 제공합니다. 겟셋업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시니어의 제2의 인생 만반을 준비하는 플랫폼입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흥미를 끄는 다양한 토픽들이 라이브 방송으로 준비되어 있고, 50대 이상이면 누구든지 사용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시니어 요가, ‘가짜 뉴스 구분하기’ 같은 교양 강의도 있지만, 주로 디지털 기술 관련 강의가 많습니다. 디지털로 모든 업무가 이뤄지는 필드에서 시니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맞춤 교육을 진행합니다. 기초부터 ‘인스타그램으로 제품 광고하기’, ‘첫 홈페이지 구축하기’ 등 고급 강의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겟셋업에서는 시간당 25달러에 여러 가지 일을 해주는 프리랜서 튜터겟셋업에서는 시간당 25달러에 여러 가지 일을 해주는 프리랜서 튜터(Tutor), ‘가이드’를 모집합니다. 가이드는 스마트폰을 유용하게 쓰는 법, 지메일 사용법, 앉아서 하는 아침 피트니스 등 다양한 주제로 튜터 역할을 합니다. 집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으며 나이와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는데, 기업들은 주로 55세 이상의 가이드를 고용합니다. 시니어들은 겟셋업을 통해 소소하지만 유용한 지식을 배울 수 있고, 동시에 프리랜서처럼 자유롭게 시간을 쓰면서 간단한 일도 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은 커뮤니티 역할을 해내며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다양한 시니어들을 만족시킵니다.

겟셋업은 “활동하라.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으로(Be Active. Mentally, Physically, Socially)”라는 그들의 모토처럼 시니어들이 제2의 커리어를 위해 필수적인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다른 시니어들과 교류하면 서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인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프리미어 에이지 로고

 

[출처] 뉴 그레이: 마케터들을 위한 시니어 탐구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