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주체가 된 시니어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주체적인 시니어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는 시대, 사람들은 자신의 라이프 스테이지를 자기 기준대로 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자기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뜻을 펼치며 언제든 자신의 욕망을 따릅니다. 오랫동안 여성, 특히 40대 여성 주부는 거의 모든 광고의 타깃이었습니다. 자신을 위한 제품은 물론이고, 온 가족이 거주할 아파트와 집안의 가전·가구, 부모님 영양제, 남편 옷, 아이들 학습지와 간식 등 대부분의 제품 구매를 여성이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사용자와 구매자가 달랐습니다. 광고는 구입 할 사람을 향한 것이므로 여성은 광고의 주요 화자이자 청자였습니다.

그러나 4인 가족 시대가 막을 내리고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여성이 타인의 욕망과 소비를 대리하는 일이 줄었습니다. 남성은 독립했고 아이들은 용돈을 받아 스스로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사용자가 구매합니다. 시니어도 그렇습니다.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시니어, 소비할 여력은 물론 안목까지 갖춘 뉴 시니어가 늘고 있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스스로 소비하는 시니어가 등장한 지금, 브랜드의 대화법도 변해야 할 때입니다.

 

1. 시니어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여성 시니어 4명이 자동차안에서 즐거워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AboutHyundai) / ‘제 2의 청춘카’ 광고

현대자동차는 2020년 올 뉴 아반떼(All New AVANTE)를 출시하며 ‘세상, 달라졌다’라는 카피를 걸고 4편의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제2의 청춘카’ 를 비롯해 ‘루키들의 인생 첫차’, ‘5인 가족 패밀리카(부모, 자녀 1명 그리고 반려동물 두 마리)’, ‘우리 집 세컨드카’로 구성됩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제2의 청춘카’ 편으로, 실제 4편의 시리즈 광고 중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가 월등히 높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이 광고를 통해 네 가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며, 새로운 아반떼의 구매욕을 자극하기 위해 공감을 구합니다.

단순히 브랜드의 바람을 담은 게 아닙니다. 출시 전 올 뉴 아반떼의 사전 계약을 분석해 보니 40~50대가 429, 20~30대가 44%였습니다. 고객 절반이 중·장년층인 셈이니 광고가 그들을 이야기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합니다. 4명의 시니어 모델은 모두 개성이 넘치는데, 젊음을 흉내 낸 느낌은 아닙니다. 표정이나 몸짓도 활기찹니다. 그간 광고 속 시니어는 손자·손녀를 돌보는 조연이거나 집에서 누군가를 맞이하는 정적인 모습이 대부분이어서 여성 시니어가 주연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영상이 새롭고 신선합니다. 게다가 그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고 근사하기까지 합니다. 광고에 등장한 시니어의 모습은 이상적이지만 그렇다고 비현실적이지는 않습니다. 브랜드가 앞으로 시니어 고객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가야 할지, 좋은 힌트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중·장년층이 주요 고객인 ‘설화수’ 화장품은 “아름다움은 자란다”라는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캠페인 첫해인 2020년에는 73세의 바이올리니스트, 49세의 배우, 39세의 모델, 24세 가수를 모델로 기용해 “아름다움에는 정해진 시기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2021년에는 빅 모델을 기용하지 않고 다양한 연령, 각기 다른 외모를 지닌 여성 모델들이 등장했습니다. 광고는 “아름다움에 정해진 시기가 있을까요?”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당신이라는 우주가 커지고 깊어지듯 당신의 아름다움 역시 계속해서 자랍니다”라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시니어를 소외시키고 있습니다. 아웃도어를 즐겨 입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니어인데 광고에서 시니어의 모습은 없습니다. 명품 화장품 브랜드의 주요 고객은 시니어이지만 젊은 여성만 보입니다. 시니어 소셜벤처 임팩트 피플스 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 시니어가 가장 선호하는 SPA 브랜드는 유니클로와 자라였지만, 이들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에는 시니어가 거의 없습니다. 시니어와 상관없을 것 같은 브랜드에도 이미 많은 시니어 고객이 존재합니다. 윌라 오디오북 고객의 3분의 1이 45~54세고, 한국야쿠르트의 밀키트 ‘잇츠온’ 고객의 40%가 50~60대입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반드시 시니어가 등장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많은 브랜드가 시니어 고객이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커뮤니케이션 대상으로 등장시키는데 부담을 느낍니다. 그러나 새롭게 조명된 뉴 시니어의 모습이 젊은 세대들에겐 흥미롭고 힙하게 다가옵니다.  시니어에게는 시간이 만들어낸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이야기가 있고, 시니어의 모습이 다양해야 우리의 미래도 다양해지기 때문입니다.

ㆍ시니어 여성을 위한 메이크업 화장품 브랜드의 변화

아직 우리나라 화장품 제품 광고에서 시니어 모델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 주요 해외 화장품 브랜드는 구매력 있는 시니어 세대, 특히 ‘어반 그래니(Urban Granny)‘를 잡기 위해 60대의 시니어 모델을 기용하여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본 화장품 업계가 이처럼 시니어 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전략을 모색하는 이유는 일본 내 진행되고 있는 급속 고령화 때문입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 인구 문제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Population and Social Security Research) 조사에 따르면 2019년에 일본 여성의 절반 이상이 50세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됩니다. 한편 전체 일본 화장품 시장 매출 중 50세 이상 여성들의 화장품 구매 금액이 2~3조 엔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시니어 여성이 주요 소비자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 일본의 메이크업 브랜드는 가까운 미래 시니어 여성의 기초뿐만 아니라 색조 메이크업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며, 화장품 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2. 시니어에게 직접 말 걸기

시니어에게 건강은 더 이상 무병장수가 아닙니다. 그들이 건강을 챙기는 이유는 ‘근육이 적절히 잡힌 보기 좋은 몸매’를 위해서입니다. 지금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화두는 홍삼이나 비타민이 아니라 단백질입니다. 우리나라 50세 이상 시니어 10명 중 6명이 단백질 보충제를 먹을 만큼 단백질 보충제 시장이 뜨겁습니다.

셀렉스, 하이뮨, 메디웰 등 다양한 브랜드가 등장해 성인 건강 기능식품 시장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습니다. 셀렉스와 하이뮨은 성인 전체를 타깃으로 합니다. 다양한 연령과 상황의 성인 남녀가 광고에 등장하는데, 과거와 달라진 점은 브랜드가 시니어에게 직접 말한다는 점입니다. “부모님께 건강을 선물하세요”와 같은 상투적인 대화는 사라지고, 젊은 사람도 시니어도 스스로 챙겨 먹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스스로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고 건강을 관리할 줄 아는 이미지를 모든 나이대에 고르게 적용했습니다.

메디웰의 균형 영양식은 주로 시니어를 타깃으로 합니다. 광고에는 남녀 시니어가 등장합니다. ‘인생핏 찾기’라는 자막과 함께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몸을 돌려보는 여성 시니어, ‘두 발로 여행하기’라는 자막에는 멋지게 차려입고 오토바이에 앉아보는 남성 시니어가 등장합니다. ‘수백만의 시선 즐기기, ‘자급자족하기’ 등 시니어라면 한 번쯤 떠올려보는 라이프스타일 장면을 연출하며 영양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입맛은 없어도 살맛은 나도록’이라는 카피가 담긴 장면에서는 입맛을 잃은 기운 없는 시니어가 등장하는 대신, 하고 싶은 게 여전히 많은 엑티브 시니어의 모습을 보여주며 긍정적인 화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약하고 수동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싶은 시니어는 더 이상 없습니다.

요즘 시니어는 사용자이자 구매자입니다. 더 이상 자신의 욕망과 소비를 대리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복잡한 쇼핑환경에서 소비를 도와줄 조력자가 필요할 수는 있어도 욕망의 대리자는 필요 없습니다. 시니어에게 직접 말을 걸고 그들의 흥미를 끌어내는 대화의 기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프리미어 에이지 로고

 

[출처] 뉴 그레이: 마케터들을 위한 시니어 탐구 리포트, 삼정KPMG 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