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시설 통합의 긍정적 효과 (1)

 

유치원과 시니어 시설의 통합

일본 도쿄의 에도가와구에 위치한 사설 사회복지시설 ‘고토엔(江東園)’은 시니어를 위한 요양원, 시니어주택 시설, 시니어 주간보호시설과 아동을 위한 유치원의 4가지 기능이 합쳐진 비즈니스 모델로 유치원과 요양원이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연령인 만 7세 이하 유아 100명과 65세 이상 100명의 시니어가 함께 하는 이 시설은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 문제와 맞벌이 부부로 인한 보육수요 증가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습니다.

고토엔은 1962년 전통적인 노인양로원으로 설립됐습니다. 1976년에 영·유아 보육 시설이 지어지면서 아이들이 요양원을 방문하기 시작했습니다. 1987년에는 두 시설이 통합되면서 거주자인 시니어들이 매일 아침 등교하는 아동들과 어울리며 아이들 또한 매일 시니어들의 거주 공간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고토엔에 거주하는 시니어들은 자발적으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점심시간에는 유치원 선생님 곁에서 아이들을 돌봐주기도 합니다.

 

일본의 고토엔에서 여성 시니어와 여자 아이가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 AARP International The Journal: 고토엔

 

1. 대가족 같은 복지시설

고토엔은 말 그대로 ‘대가족’입니다. 갓 돌을 지난 유아에서부터 90세 시니어들까지 서로 다른 세대들이 함께 모여 지냅니다. 보육을 위한 어린이집과 간호와 요양을 위한 노인복지 시설이 결합된 시스템으로 총 4층의 건물 중 1층에 보육원이, 2·3층에는 시니어들을 위한 요양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4층은 아이들과 시니어들이 함께 차를 마시고, 교류할 수 있는 자유공간입니다.

이곳에 머무는 시니어들은 두 부류로 나눠집니다. 치매 등으로 몸이 불편해 치료가 필요한 시니어들 50여 명과 홀로 생활은 가능하지만 가족이 없거나 주거지가 없는 시니어들 50여 명입니다. 가족들과 함께 머물면서 낮에만 이곳을 찾아 시간을 보내는 시니어들도 하루평균 30~40여 명이 됩니다. 아이들 100여 명은 인근에 살고 있는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로 낮 동안에만 이곳에 맡겨집니다.

형식적으로는 아이들과 시니어들이 층을 나눠 생활하지만 실제로는 특별한 제한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1층에서 공부를 하다가 2층에 올라가 시니어들과 함께 낮잠을 자기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옷 갈아 입는 것을 돕기도 합니다. 봄이 오면 운동회와 수영대회 등을 함께 치르고 크리스마스엔 팀을 꾸려 연극도 합니다. 하야시 요시토(林義人) 원장은 “아이들은 시니어들과의 교류를 통해 함께 사는 세상을 배우고, 노인들은 아이들의 존재를 통해 삶에 활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 세대 간 시설 통합으로 ‘소자고령화’ 문제를 해결

고토엔은 ‘소자고령화(少子高齡化 : 출산은 줄고 노인 인구는 증가하는 현상)’라는 일본 사회가 당면한 숙제를 ‘세대 간의 결합’이라는 방법으로 풀어보려는 시도입니다.

국립사회보장인구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인구는 2005년부터 자연 감소세로 들어섰으며, 2055년이 되면 8993만 명으로 줄어듭니다. 동시에 고령화는 급속하게 진행되어 2025년경에는 ‘단카이(團塊) 세대(1948년 전후로 출생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75세 이상이 고령자의 다수를 점하는 ‘초고령 사회’에 돌입하게 됩니다. 인구감소의 주된 원인은 육아 문제입니다. 육아와 교육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젊은이들은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이른바 ‘출산파업’에 돌입했습니다. 한편 사회 일선에서 밀려난 시니어들은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합니다. 몸이 불편해 홀로 생활할 수 없는 시니어들을 위한 간호시설도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토엔과 같은 시설은 맞벌이 부부들에게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시니어들에게는 아이를 돌보는 일거리’를 마련해주는 효과적인 복지 모델로 꼽히고 있습니다. 설립 취지에 따라 양로시설은 월평균 3만엔(약 24만원), 보육원은 월 2만엔(약 16만원) 정도만 이용자들에게 받고, 나머지 운영비는 정부에서 나오는 개호보험과 도쿄도, 에도가와 구청 등의 지원으로 충당합니다.

 

3. 복지모델의 변화 주도

현재는 모범적인 시설 운영으로 호평받고 있지만 고토엔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1987년 설립 당시만 해도 노인복지시설과 보육원을 함께 운영한다는 발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인허가를 받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설립 후에는 아이들이 시니어들과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데 대해 일부 부모들이 거부감을 표시했습니다. 따라서 초기에는 이동식 벽을 설치해 시니어들과 아이들의 생활 공간을 나누기도 했으나 우려와는 달리 불상사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고, 현재는 인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복지시설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와 같은 형태의 복지시설은 일본 내에서도 아직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고토엔의 새로운 시도는 다른 복지시설에도 영향을 미쳐 현재 일본 전국의 많은 어린이집과 시니어 시설이 자매결연을 맺고 행사를 함께하는 등 활발한 교류를 펼치고 있습니다. 하야시 원장은 “시니어 시설과 어린이집의 결합이 앞으로 일본의 새로운 복지시설 모델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리미어 에이지 로고

 

[출처]  문화일보 : ‘양로원+어린이집’ 복지모델 새 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