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도 시니어가 처음이다

 

우리는 모두 시니어가 된다

시니어는 지나간 젊은 날에 대해서는 성공이든 실패든 해봤기 때문에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말할 수 있지만, 막상 닥친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그저 서툰 새내기일 뿐입니다. 누구에게나 매해 맞이하게 되는 새로운 나이는 인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니어에게도 공감이 절실합니다. 처음 겪는 노년의 변화로 시니어가 느끼는 당황, 절망, 낯섦에 대해 “그럴 수 있다”라고 말하는 진심 어린 공감이 필요합니다.

 

피할 수 없다면 더 과감하게

시니어 뷰티&헤어 전문 브랜드 베터 낫 영거 홈페이지 이미지
© better-notyounger.com

‘젊어지는 게 아니라 더 좋아지는 것’이라는 뜻의 ‘베터 낫 영거(Better not Younger)’는 44세 이상의 여성을 위한 헤어&뷰티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이름부터 기존 관념을 깬 통쾌함이 느껴지는 이 브랜드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그 어떤 브랜드들보다 더 쿨한 태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P&G, 로레알에서 오래 근무했던 창업자 손솔레즈 곤잘레즈(Sonsoles Gonzalez)는 뷰티업계가 20~44세까지 만을 타깃으로 삼는 것에 불만을 느꼈습니다. 그녀는 “44세 이상의 사람들은 갑자기 사라지기라도 하는 걸까?”라는 고민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 나이에 들어서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구상합니다.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을 모아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시니어 뷰티 브랜드를 만듭니다.

빠르면 30대 후반, 늦어도 40대에 접어들면 모발은 서서히 하얗게 변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기존 뷰티 시장의 대응 제품은 새치를 물들이는 염색제가 거의 전부였습니다. 베터 낫 영거는 노화의 신호인 새치를 가리는 것에 급급한 기존 제품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잘 관리된 그레이 톤 헤어가 보여주는 당당한 아름다움을 제품 전반에 반영했습니다. 다른 염색제 브랜드에서 보지 못했던 카테고리인 ‘그레이&실버 케어’ 제품 라인을 새롭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새치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 것입니다. 이 실버 컬러 관리 제품은 은발을 더 건강하게 가꾸고 싶은 44세 이상의 여성뿐 아니라 애쉬톤으로 셀프 염색하는 것을 즐기는 젊은 세대에게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베터 낫 영거는 외적으로 나이 드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거나 일시적으로 감추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잘 관리하여 나답게 아름다워지도록 제안하면서 노화를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켰습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변한 헤어 컬러를 하나의 룩(Look)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염색하지 않은 머리카락은 게으름이나 나이 듦이 아니라 패션이자 선택할 수 있는 스타일임을 보여줌으로써 노화에 대한 시니어들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피할 수 없는 노화의 색을 더 아름답고 빛나게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브랜드로 인식되면서 베터 낫 영거의 정체성은 더 또렷해졌습니다.

 

 

시니어에게 공감의 힘

한국의 성인용 기저귀 시장은 2020년 기준 약 500억 원 규모를 형성했습니다. 2년간 20% 이상 성장한 것입니다. 아직 미미한 숫자지만 세대별 인구변화를 고려하면 잠재시장 규모는 6천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일본은 2016년에 이미 성인용 기저귀 시장이 영·유아용 시장 규모를 따라잡았습니다.

국내 1위 성인용 기저귀 브랜드는 2012년에 론칭한 유한킴벌리의 ‘디펜드(Depend)‘입니다. 그들은 성인용 기저귀를 ‘요실금 언더웨어’라고 명명합니다. 기저귀도 아니고 생리용 패드도 아니기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 것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요실금은 우리나라 여성 10명 중 4명이 경험하는 흔한 증상입니다. 70대가 가장 많지 만 40~60대도 적지 않습니다. 유한킴벌리는 요실금이 이렇게 흔한 증상임에도 이를 언더웨어로 해결하는 비율이 9%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러한 이유에 대해 ‘이와 관련해 잘 모르거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인식개선을 위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당신이 먼저 입어보세요’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운 ‘디펜드 히어로즈’ 광고도 진행했으나 큰 공감을 얻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이후 유한킴벌리가 진행한 ‘시니어 상담사’ 채용은 ‘디펜드 히어로즈’ 광고보다 훨씬 좋은 전략이었습니다. 요실금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반응은 유한킴벌리 고객지원센터에서 매일 벌어졌습니다. 견본품 하나를 주문하는데도 10분 이상을 고민하고, 제품을 주문하면서도 “나는 요실금이 아니다”라고 말하거나, “상자에 제품명은 넣지 말아 달라”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객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유한킴벌리가 고객지원센터에 시니어 상담사를 채용하면서부터입니다.

고객지원센터에서 일하는 56세의 시니어 상담사는 ‘얼굴은 몰라도 전화 목소리만으로도 또래임을 알아챈다’며 ‘나도 요실금이 있다고 하면 주저하던 고객들도 금세 적극적으로 달라진다’라고 말했습니다. 필요에도 불구하고 구입을 주저하던 고객들이 진정 어린 공감에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고객은 비슷한 나이대의 상담사에게 편안함을 느낍니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경험해 봤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요실금도 그렇습니다. 갱년기나 오십견처럼 경험해 봐야 알 수 있고 공감해 줄 수 있습니다. 고객은 같은 공감대를 가진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제품 사용을 망설인 이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신체 변화, 막연한 부끄러움 등과 같은 고민을 이야기하며 해소합니다. 그리고 이는 제품 구매로까지 이어집니다.

디펜드 광고는 고객의 인식을 바꾸려 했지만, 정작 효과가 있었던 것은 고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공감을 표현했던 시니어 상담사였습니다. 시니어를 그저 매력적인 소비시장이자 타깃으로만 본다면 한계는 분명합니다. 인생의 필연적인 과정을 겪는 시니어들의 예민한 감정을 읽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다시 젊어질 수는 없지만 자신감을 되찾고 온전히 나다운 사람이 되는 것은 가능합니다. 브랜드가 시니어의 선택을 받는 것은 가르치기보다 공감하고, 그 공감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프리미어 에이지 로고

 

[출처] 뉴 그레이: 마케터들을 위한 시니어 탐구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