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와 사회를 잇다 (1)

 

모두가 행복해지는 연결

시니어에게 은퇴와 사별은 관계를 단절시키는 큰 사건입니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관계 속에서 존재감을 느끼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적, 개인적 관계가 줄면 그만큼 소통도 줄고 삶의 활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세상의 흐름과 내가 무관하지 않다는 그 감각 말입니다.

 

행복하게 웃고 있는 노란색 후드티를 입은 남성 시니어에게 반려견이 뽀뽀를 해주고 있는 모습
© oopoeh.nl

시니어의 사회적 연결을 만드는 교류

반려(伴侶)는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입니다.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동물은 시니어의 배우자, 친구, 자녀가 되어주기 때문에 시니어에게는 더욱 각별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시니어들이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힘들고, 행여 병원이나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면 반려동물을 책임지는 것 자체가 어렵기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을 좋아하지만 현실적으로 키울 수 없는 시니어들을 위한 서비스가 있다면 어떨까요?

오포(OOPOEH)’는 네덜란드에서 2012년부터 시작된 55세 이상의 시니어와 반려견 그리고 견주를 이어주는 서비스입니다. ‘Opa’s en Oma’ Passen Op Een Huisdier’의 약자로 ‘반려동물을 돌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라는 뜻입니다. 네덜란드어로 ‘노인(할머니)’을 뜻하는 ‘OPOE’의 발음에서 착안했습니다. 오포는 서비스명이자 이를 운영하는 민간단체의 이름이며, 활동에 참여하는 시니어 회원들을 부르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오포는 개를 좋아하고 이웃과 교류하고 싶은 시니어와 돌봄이 필요한 반려견과 견주를 타깃으로 합니다. 참여하고 싶은 시니어는 직접 신청하면 되는데 홈페이지에서 프로필을 작성할 수도 있고 전화로도 신청이 가능합니다. 견주들은 오포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니어들의 프로필을 보고 집 근처 오포 중 원하는 사람을 선택합니다. 그런 다음 오포가 반려견을 돌볼 환경을 갖췄는지 확인한 뒤 오포와 견 주의 스케줄을 조율하여 주 1~2회 반려견을 오포에게 맡깁니다. 반려견과 시니어 사이의 테스트도 있는데, 처음 만난 날 함께 걸어보는 것입니다. 이 산책을 통해 시니어들은 반려견이 자신에게 맞는지, 돌볼 수 있는지 판단합니다. 언뜻 ‘펫시터(Pet Sitter)’와 비슷해 보이지만 취지부터 다릅니다.

설립자인 소피 브라워는 오포의 취지를 “애정과 사회적 관계가 필요한 시니어들을 강아지를 매개로 이웃과 연결해 더욱 활동적으로 살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때문에 펫시터처럼 견주의 근무 시간에 맞춰 상당 시간 반려견을 돌보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주 1~2회가 전부이며 무엇보다 돈을 받지 않고 무료로 활동합니다. 견주가 약 50유로(약 6만 5천 원)의 가입비와 한 마리당 15유로의 월 회비를 내지만, 이는 수익금, 기부금과 함께 시니어와 반려견의 삶을 지원하는 데 쓰입니다. 이외에도 오포는 시니어들에게 반려견 훈육 방법을 교육하기도 하고, 주말이면 오포와 견주들이 교외로 소풍을 가는 등 다양한 네트워크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포의 성과는 뚜렷합니다. 매년 실시하는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오포로 활동하는 시니어의 약 75%는 ‘반려견을 돌보며 활동량이 늘었다’, 89%는 ‘반려견을 돌보는 것이 정서적 안정을 주었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오포를 통해 이웃 간에 교류가 증가했다’고 답한 이들도 77%입니다. (2020년 기준)

브라워 대표가 말했듯 오포 재단의 취지는 시니어를 다시 사회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시니어는 이웃의 개들을 돌보며 친구를 사귀고, 자발적인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반려견은 필요한 관심과 보살핌을 받을 수 있고, 견주는 신뢰할 수 있는 이웃을 만나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니어와 사회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시 연결되고, 이를 통해 시니어는 계속 사회의 일원으로 남습니다. 은퇴한 시니어들이 작은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찾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오포는 시니어를 위해 설계된 창조적인 사회적 활동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들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오포 활동을 하는 테오 닌하위스(68)씨는 “주변에 보면 자전거를 타면서 길이 막히면 금방 경적을 울리고, 종업원이 바로 도와주지 못하면 쉽게 화를 내는 노인들이 있다.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 느끼고 사회적으로 존경받지 못하면 그렇게 되기 쉽다. 나 역시 교직에서 은퇴한 뒤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이런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죽을 생각마저 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오포가 주는 기회를 통해 행복하게 사는 것이 기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사회의 뒤안길로 물러서는 시니어들이 낙담하고 나아가 일상을 분노로 채우는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 쓰임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이들에게 사회의 인정을 받을만한 ‘행동의 장’과 같은 오포 활동은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뀌게 했습니다.

브라워 대표는 “한 오포의 경우 이탈리아 이민자인 견주의 반려견을 돌볼 때 강아지가 이탈리아어만 알아듣자 직접 이탈리아어를 배워 반려견과 지내기도 했다”라며 이후 반려견이 죽게 됐지만 이웃으로서 견주와 교류는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오포는 “그동안 서먹하게 지나쳤던 이웃들이 이제는 내가 홀로 거리를 다녀도 ‘토토(견주의 반려견 이름) 어디 갔냐’고 물을 정도로 자연스레 인사하는 사이가 됐다”라고 합니다.

도심에서 고립된 시니어와 반려견, 그리고 이웃의 연결은 적어도 세 존재를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핵심은 시니어와 이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며 시니어가 계속 사회와 연결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엄청난 기술적 진보나 막대한 예산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프리미어 에이지 로고

 

[출처] 뉴 그레이: 마케터들을 위한 시니어 탐구 리포트, 한국일보 : 노인에 봉사활동 판 깔아주는 유럽… “자존감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