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 형성

 

1인 시니어의 일상을 들여다보기

이혼, 사별, 졸흔, 비혼, 자녀의 독립 등 다양한 요인으로 1인 시니어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수는 약 850만 명에 달하고, 이들 중 1인 가구 비율은 20%로 약 167만 명에 이를 정도로 1인 시니어 가구의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생활 형태가 바뀌면 소비도 달라집니다.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의 큰 어른으로서의 시니어 일상과 1~2인 가구의 시니어 일상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배우자나 자식이 없는 1인 시니어들은 의식주를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1. 시니어를 위한 아름다운 공동체, 셰어하우스

시니어 셰어하우스 아파트 모습
© loppukiri.com

영국에는 고독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이 있습니다. 2018년 1월 영국은 고독을 국가가 나서서 대처해야 할 사회문제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해결을 국가 과제로 삼았습니다. 세계 최고의 고령화율을 기록한 일본 역시 2021년 2월 고독 담당 장관을 임명했습니다. 팬데믹이 고독 문제를 더 심화시켰다고 판단하고,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가족이나 이웃과의 유대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국가가 나서서 사작한 것입니다. 이제 고립감은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경제적 손실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1인 가구의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주거 형태로 셰어하우스가 있습니다. 셰어하우스는 개인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에 혼자라는 고립감을 해소하고 다른 사람들과 최소한의 소통이 가능한 공간을 더한 형태입니다. 사실 셰어하우스는 건축에서 운영까지 고려할 것이 많은 복잡한 과제입니다. 그저 마음이 맞는 시니어들이 모여서 같이 살아보자 정도의 순수한 마음으로는 현실화하기 어렵습니다. 개념은 좋지만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셰어하우스를 처음 생각하고 활발한 주거모델로 현실화한 곳은 북유럽입니다. 그중에서도 핀란드 헬싱키의 ‘로푸키리(Loppukiri)’는 개인과 지자체의 효율적인 협업으로 성공한 사례입니다. 2000년 4명의 은퇴한 여성 시니어가 “요양원 같은 시설로 가지 말고 시니어들이 함께 모여살 수 있는 집을 만들자’며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시니어 전용 아파트를 짓기 위해 건축가부터 각 부문 전문가를 찾아 나섭니다. 헬싱키 지방정부는 이들에게 공동 거주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헬싱키 시유지를 임대하고 행정적 지원을 제공해 7층의 58채 독립 아파트와 공동시설을 설계합니다. 1인 시니어 입장에서는 시니어들이 주도하는 공간이면서도 지자체의 행정적,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지자체 입장에서는 시유지를 활용하면서 적은 예산지원만으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모델인 것입니다.

로푸키리의 운영은 1인 시니어 각자의 장점과 주체성을 강조합니다. 입주자들이 직접 설계 과정부터 그들이 살 방의 구조, 마감 재료, 부엌 가구의 높이, 콘센트 위치까지 디테일하게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했으며 약 15개의 클럽을 운영하여 여가 활동도 활발히 할 수 있습니다.

이곳의 규칙은 공동체 정신에 충실할 것,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공용 공간을 관리하며 식사할 것,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것, 자급자족 할 것 등입니다. 핀란드어로 ‘마지막 전력 질주’라는 뜻의 로푸키리는 그 이름처럼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시니어들의 건강함을 강조합니다. “로푸키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시니어들은 모든 일을 스스로 해내고 있다”고 말하는 주민들은 “이곳에 사는 것이 우리를 계속해서 움직이게 만든다”라고 말합니다. 시니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돌봄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시니어상을 보여주고 있는 로푸키리는 두 번째, 세 번째 시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 대화를 대행합니다, 마음까지 청소합니다

시니어 맞춤 전화 서비스를 진행하는 모습
© tsunagariplus.cocolomi.net

우리보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은 1인 시니어의 독거 치매가 큰 문제라고 합니다. 지역별 포괄 지원센터가 고령자 상담과 지원 업무를 맡고 있으나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1인 시니어를 위해 사회복지 역할의 일부를 담당하는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들은 시니어에 대한 ‘일상적 관심과 ‘대화’ 서비스에 집중합니다.

‘코코로미(こころみ)’는 1인 시니어 맞춤 전화 서비스로 1인 시니어에게 전화 통화로 일상 대화 및 고민을 상담하며, 건강 상태를 확인해 가족들에게 리포트로 제출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코코로미는 통화 대상인 시니어의 정보와 관심사 리스트를 요청합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첫 번째 통화에서는 담당 커뮤니케이터와의 신뢰 관계를 쌓는 대화가 진행됩니다. 이후 주 1회 통화를 통해 담당자와 자유로운 대화를 합니다.

통화의 내용은 다양한데, 일상적인 안부부터 가족에게도 하기 힘든 생활비 고민이나 질병, 부상 상태 등도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렸는데 가족이 걱정할 것 같아 전화하지 않았다는 내용, 손녀에게 안 와도 된다고 했는데 매일 기다린다는 내용, 딸 모르게 요가를 5년째 하고 있다는 내용 등 친구와 이야기하듯 소소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해당 서비스는 주로 홀로 지내는 시니어를 걱정하는 자식들이 신청하는데, 이용 규모가 수백 만명에 이릅니다. 이들은 매번 같은 번호, 같은 상담사가 응대하며, 서로 이뤄지는 교류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습니다. 1인 시니어에게 ‘말’로 소통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이를 서비스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3. 시니어의 새로운 인프라

시니어 가사 대행서비스를 운영하는 대표와 직원의 모습
© sankei.com

‘고요키키(ごようきき)는 일본의 젊은 청년들로 구성된 가사 대행 서비스입니다. 홀로 사는 시니어들의 청소, 물건 정리 및 사소한 일거리 등을 대행합니다. 젊은이들에게는 별것 아닌 일들(무거운 짐 옮기기, 병뚜껑 따기, 전지 교환하기, 전구 교환하기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일이지만 시니어들에게는 이러한 일들이 해결이 안 되어 불편을 겪는 경우가 생깁니다.

창업자이자 대표인 후루이치 모리히사씨가 가사 대행 서비스에 대한 기회를 발견한 사건이 재미있습니다. 혼자 지내시는 할머니가 문을 열어둔 채로 생활하고 있어서 이유를 물었더니, 친구들이 놀러 오는데 인터폰이 고장이 나서 친구들을 못 만날까 봐 아예 문을 열어 놓고 지내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폰은 고장이 아닌 전지를 교환하는 것만으로 고쳐졌습니다. 그러자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면서 이제 편히 잘 수 있겠다며 정말 고마워했다고 합니다. 그 순간 ‘나에게는 별것 아닌 일이 고령층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겠구나’라고 기회를 보았다고 합니다.

전구나 배터리 갈아 끼우기, 수신인 이름 쓰기, 우편물 회수하기, 병뚜껑 따기, 정수기 물통 교체하기, 일상적 청소 등 간단한 가사 대행은 5분당 100엔(약 1,000원), 가구를 이동하거나 대형 쓰레기를 버리는 서비스, 풀을 깎는 등 기술이 필요한 서비스는 5분당 300엔, 대청소나 화장실 청소, 주방 청소, PC 지원 서비스 등의 편의 서비스는 30분당 2,000엔으로. 서비스에 따라 가격은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저렴한 편입니다. 가장 많이 의뢰가 들어오는 일은 [1위: 가구 등 무거운 물건 옮기기/ 2위: 욕실, 주방 청소 등/ 3위: 전자제품 사용 방법 알려주기]라고 합니다.

고요키키가 단순한 대행 서비스와 다른 점은 감성적 교감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이들 서비스의 핵심은 ‘대화’입니다. 이들은 청소하면서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습니다. 쓰레기로 생각되는 물건이라도 시니어에게 추억의 물건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 30분 동안은 청소하지 않고 시니어와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이때 발생하는 추가 시간은 비용에 책정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버려지는 물건을 매정하게 ‘처분’이라 표현하지 않고 ‘졸업’이라는 감성적인 단어를 사용해 시니어들이 마음까지 정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대표는 고요키키가 ‘전기, 가스, 수도, 통신에 이어 ‘제5의 인프라‘로서 시니어들의 생활을 지원해 나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시니어들의 생활 속 작은 곤란한 상황에 도움을 주는 세심한 서비스는 사업을 처음 시작하고 6년 동안은 적자를 봤지만, 현재 연 16%의 성장률을 보이며 꾸준히 성장 중입니다.

 

프리미어 에이지 로고

 

[출처] 뉴 그레이: 마케터들을 위한 시니어 탐구 리포트, 정희선 블로그 '비즈니스 트랜드를 분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