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모습으로 나이 드는 시니어

 

시니어야말로 개성적인 존재

일본 시니어 부부의 스트라이프로 된 커플룩 모습
© instagram.com/bonpon511

마크 E. 윌리엄스(Mark E. WiIliams) 박사의 말처럼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더 독특해집니다. 오랜 시간 누적된 선택의 결과 그 자체인 노년의 모습이 같을 리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나 개체와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을 뜻하는 ‘개성(individuality)’은 젊음보다 노년에 더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60대 일본인 시니어 부부 ‘본과 폰(bon·pon)‘은 85만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인플루언서로 본(bon)은 남편의 별명, 폰(pon)은 아내의 별명입니다. 부부는 이 별명으로 책 『본과 폰 (Bon & Pon)』도 내고, 그들의 결혼기념일 숫자를 더한 계정 주소로 인스타그램도 운영합니다. 은퇴 후 별다를 것 없는 일상에서 부부만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 부부는 커플룩으로 유명합니다. 똑같은 옷을 입기도 하지만 패턴, 컬러, 소재가 비슷한 옷을 매치해서 커플룩을 연출하는데, 그 다양함이 놀랍습니다.

시니어 부부뿐 아니라 개인 시니어 인플루언서도 많습니다. 시니어 모델인 김칠두, 김광택, 문숙과 유튜버 밀라논나, 박막례 그리고 재단사 여용기까지 개성 넘치는 이들의 모습은 요즘 시니어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도 영감을 줍니다.

 

시니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선택의 폭

시니어 구두 밸스&백스 홈페이지의 도트무늬의 여성구두 사진
© bellsandbecks.com

개성이 절정에 달해야 할 노년임에도 우리가 떠올리는 시니어의 모습이 비슷비슷한 것은 시장의 탓입니다. 나이가 들면 구두보다 운동화나 단화가 좋아지는 걸까? 신어도 발이 아프지 않고 발목과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구두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등산복이나 골프복을 일상복처럼 입는 이유도 그것만큼 편안한 재킷이나 원피스, 또는 정장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뽀글이 파마가 좋아졌다기보다는 얇아진 머리카락을 힘 있게 세울 방법이 없고, 파마를 자주 할 만 큼 두피가 튼튼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이렇듯 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삶의 선택지들은 확연히 줄어듭니다. 나이 듦이 서러운 것은 노화 그 자체가 아니라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해야 할 것과 감수해야 할 불편들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시장과 사회가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 요구하지만 뉴 시니어들은 불편을 감수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좁은 선택지의 세계로 순순히 들어갈 시니어는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벨스&벡스(Bells&Becks)’는 2018년 론칭한 미국의 여성 구두 브랜드입니다. 로드앤테일러(Lord&Taylor), 메이시(Maoy’s) 백화점 등에서 25년 동안 신발 부문 MD로 활동해온 타마 밀러(Tamar Miller)는 중년 여성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밀레니얼과 Z세대에 밀려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한 중년 여성에 주목한 것입니다. 그녀는 그들이 온종일 신을 수 있는 편안함만큼이나 스타일도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했습니다. 편안함만 추구한다면 운동화로도 충분할 테니 말입니다.

밀러는 세상에 신발은 넘쳐나지만, 시니어가 신을 만한 스타일리시한 구두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전 세계에서 출시되는 신발을 관찰하고 큐레이션 해온 그녀는 패션 분야에서 나이 든 여성이 소비자로서 심각하게 소외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구매력을 갖춘 X세대 여성에게 주목하고 이들에게 구매할 만한 확실한 이유를 준다면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킬 수 있겠다는 확신을 했습니다. 2017년 브랜드 출시 이후 그녀의 가장 큰 도전은 X세대 여성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X세대 고객의 특성을 고려해 소셜미디어보다는 트렁크쇼, 이메일 마케팅 등의 소통 방식을 택했고, 목표했던 X세대에게 대면 혹은 서면을 통해 진심 어린 소통을 지속적으로 전달해 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SNS로 활동을 확장하면서 젊은 세대도 선호하는 브랜드가 됩니다. 고급 소재인데 가격은 합리적이고, 착화감은 좋으며, 무엇보다 스타일리시한 구두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세대 구분 없이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취향과 기능에 대한 요구는 나이와 함께 진화합니다. 그녀는 진화된 니즈를 해석하면서 지나치게 편안함에 중점을 두고 스타일을 희생하는 제품들이 대부분인 시니어 시장에서 미개척의 기회를 발견한 것입니다.

벨스&벡스는 ‘독특한 스타일, 착용 가능한 럭셔리함, 양질의 장인 정신’을 표방합니다. 기능만을 추구하는 브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투박한 디자인은 없습니다. 대신 세련되고 여성스럽습니다. 이를 위해 그녀가 선택한 곳은 이탈리아입니다.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제작하는 공장에서 벨스&벡스 구두를 생산합니다. 명품 브랜드 수준의 퀄리티를 100~400달러 수준에서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 신을 수 있을 만큼 편안한데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면, 운동화나 단화가 아닌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중·장년 여성들은 그 브랜드를 선택할 것입니다.

 

프리미어 에이지 로고

 

[출처] 뉴 그레이: 마케터들을 위한 시니어 탐구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