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속 현실적인 시니어의 시선에 머물다

 

시니어에게 가장 현실적인 조언자

시니어 시장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시니어의 욕망을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MZ세대처럼 온라인에서의 움직임이 활발하지도 않고, 조사나 연구 자료도 적습니다. 직접 소비자 조사를 하려 해도 온라인 접근이 쉽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조사를 한다고 해도 그 결과가 시니어 집단을 대변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우리는 시니어의 진짜 욕망이 아니라 ‘시니어의 욕망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파악할 뿐입니다. 이런 이유로 시니어에게 외면받는 상품이 탄생하곤 합니다.

시니어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상품을 만들기란 불가능한 걸까? “비현실적인 꿈과 환상을 보여주기보다 철저히 일상생활 속 시선에 머무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다”라고 말하며 독특한 방식으로 시니어의 욕망을 제품화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시니어 여성을 위한 생활 잡지이자 쇼핑몰인 ‘하루메쿠(Halmek)’입니다.

 

시니어의 일상에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일본 시니어 전문잡지 하르맥 이미지
© halmek.co.jp

현실 시니어 라이프를 조언하다

일본 ABC 잡지 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월 하루메쿠의 판매 부수는 30만 부를 돌파해 일본 여성지 부분 1위, 잡지 전체로는 누적 판매 부수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일본어로 ‘봄다워지다’라는 의미의 하루메쿠는 ’50대 여성이 더 잘 살길’ 바라는 월간 잡지입니다. 이 잡지는 단권으로는 구매할 수 없고 홈페이지에서 연간 구독해야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판매 방식이지만 실적은 엄청납니다. 잡지 대국 일본도 ‘잡지 불황’이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입니다. 2018년 기준 총 잡지 판매금액이 5,930억 엔인데, 이 숫자는 최근 10년간 시장 규모가 반 토막 났음을 뜻합니다. 잡지를 사는 사람도, 잡지에 광고를 올리는 브랜드도 드문 시대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며 역성장을 한분야가 시니어 잡지라는 점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하루메쿠 잡지가 주목받게 된 계기는 ‘시니어 눈높이에 맞춘 스마트폰 사용법’에 관한 2018년 2월호 특집 기사였습니다. 고령층을 위한 스마트폰 사용법을 다룬 이 기사는 ‘화면이 갑자기 회전한다’라거나 ‘화면 밝기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등 독자들이 불편해하는 문제에 대해 하나하나 답하는 방식으로 풀어쓴 것인데, 매우 구체적인 솔루션이 시니어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 특집을 기점으로 하루메쿠의 신규 독자가 3만 5천여 명이나 늘었다고 합니다. 하루메쿠가 자식이나 손주에게도 일일이 물어보기 애매한 문제에 대한 답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잡지가 다루는 내용은 철저히 현실적이며 실용적입니다. 평균 독자 나이 65세 잡지답게 ‘배우자 사망 후 유족연금 산출 방법’, ‘딱 내가 쓸 스마트폰 사용법’, ‘시니어 미용’ 등 구체적인 노년의 고민을 다룹니다.

 

아날로그 데이터의 힘

하루메쿠는 어떻게 시니어의 현실적인 니즈를 기사화할 수 있었을까? 바로 리서치 팀인 하루메쿠 라이프스타일 연구소 덕분입니다. 젊은 기획자가 시니어들이 좋아할 것 같은 내용을 자기만의 생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연구소의 정확한 데이터 정보와 실제 시니어 독자의 요구사항을 기반으로 작성합니다. 이들이 독자의 요구사항을 얻어내는 방식은 독자 모니터단인 ‘하루토모’와 ‘독자 엽서’입니다. 독자 엽서는 스마트폰과 앱이 보편화되기 전 라디오 방송국이나 잡지가 독자의 평과 사연을 받는 가장 대표적인 창구였습니다. 지금도 앱이나 이메일을 통해 전해지는 독자들의 평이 잡지 앞뒤에 실리곤 하지만 손수 개성적인 필체로 쓴 엽서와 우편이라는 소통 창구가 지닌 맛과는 다릅니다. 하루메쿠는 시니어들에게 익숙한 이 엽서를 다시 되살렸고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하루메쿠 편집진은 매주 시니어들이 독자 엽서로 보내는 사연을 빠짐없이 읽고 여기서 기사로 다루고 싶은 주제나 제품으로 개발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선정합니다.

독자 엽서를 통해 주제가 좁혀지면 하르토모라는 약 2,600명의 독자 모니터단을 대상으로 설문과 좌담회를 실시합니다. 이렇게 수집된 생생한 육성은 잡지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판매와 독자 이벤트 기획에도 반영됩니다. 이것이 하루메쿠 콘텐츠가 시니어의 열정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하르토모는 홈페이지에 직접 사연을 올리기도 하는데,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생한 글을 끊임없이 만날 수 있습니다. 정제된 기자들의 기사만 싣는 잡지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시니어의 삶을 총체적으로 바라볼 때

하루메쿠가 수집한 시니어들의 현실적인 니즈는 또 다른 사업과 연결됩니다. 바로 시니어를 위한 카탈로그 및 온라인 쇼핑몰입니다. 하루메쿠의 주요 수익은 잡지 판매보다 시니어 쇼핑에서 비롯되는데 실제로 하루메쿠의 2019년 3분기 매출의 약 80%가 통신 판매였습니다. 잡지 독자들은 매월 세 권의 책자를 받는데, 한 권은 잡지 본 편이고, 나머지 두 권은 건강과 패션 PB 상품 카탈로그입니다. 여기에 실린 상품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상품이 아닌 정확히 시니어들을 위해 맞춘 제품들입니다. 독자들의 데이터와 생생한 목소리에 맞춰 기획된 상품들이라 구매 만족도도 높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메쿠 우리의 의자’는 허리가 불편한 5070세대 여성이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S자 형태의 등받이가 특징입니다. 무릎이나 허리가 아파 방석이나 좌식 의자, 소파에 앉기 힘든 여성들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도록 설계한 제품으로 50대 여성 1,318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외에도 속은 깊지만 폭이 좁아 잃어버리기 쉬운 물건들을 편하게 수납할 수 있는 삼단 서랍장, 입기 쉬운 자세 고정용 속옷 등 시니어 특화 상품들이 많습니다.

카탈로그에 실린 제품들은 자사 물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제품 페이지에는 편집부 직원이 직접 체험한 추천평이 있어 선택을 돕습니다. 이 PB 제품 중 일부는 직접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쇼핑몰도 다섯 군데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하루메쿠는 잡지보다는 시니어 플랫폼에 가깝습니다. 온라인을 메인으로 하지 않았을 뿐 시니어들이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카탈로그나 오프라인 좌담회, 독자 엽서 같은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그들의 현실 문제를 파악하고 더 가깝게 소통하며 찾아낸 공통의 문제점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합니다. 이처럼 시니어에게 실질적인 생활 솔루션을 제공했기에 하루메쿠는 빠르게 시니어 생활에 파고들 수 있었습니다. 노년에 접어들면 생기는 문제와 고민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들은 시니어의 생활 전반에 걸쳐 정교하게 해석되고 적용되어 세상 하나뿐인 독보적 데이터가 됩니다. 하루메쿠은 시니어들이 활발하게 콘텐츠를 생산하는 콘텐츠 플랫폼이자 커뮤니티며, 시니어 데이터를 쌓고 있는 독보적인 시니어 데이터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시니어 삶의 구석구석을 총체적으로 바라볼 때 가능한 일입니다.

 

프리미어 에이지 로고

 

[출처] 뉴 그레이: 마케터들을 위한 시니어 탐구 리포트